어린이 명랑소설 아빠탐정 사무소 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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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한밤중의 푸른 불꽃, 도깨비불의 정체를 밝혀라! 햇살 가득하던 행복 마을에 으스스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한 것은 사흘 전부터였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겁이 많기로 소문난 덕배 아저씨’가 밤마다 뒷마당에서 정체 모를 푸른 불빛이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며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그건 분명히 억울하게 묻힌 도깨비가 보물을 찾으려고 내뿜는 도깨비불이야!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제 아이들은 해만 지면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마을 어르신들은 집집마다 소금을 뿌리며 액운을 쫓기 바빴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빠탐정 사무소’의 낡은 나무문 틈으로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힌 다급한 편지 한 통이 꽂혔습니다.
[아빠탐정님, 제발 도와주세요! 밤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도깨비가 춤을 춰요! 그 파란 불꽃이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 무서워서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제발 이 도깨비를 쫓아내 주세요!] 편지를 읽은 아빠탐정은 돋보기 장난감 야광봉을 꺼내 들며 비장하게 외쳤습니다.
“도깨비라니! 이거야말로 초자연적인 미스터리이자 이 아빠탐정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알릴 거대 사건이군! 바다야, 이건 분명 외계인이 우리 마을 지하에 숨겨진 비밀 광물을 캐내기 위해 보내는 유도 신호가 틀림없다! 어서 야간 특수 수색 장비를 챙겨라!” 아빠탐정은 잠자리채와 고무장갑, 그리고 부엌에서 가져온 커다란 냄비 뚜껑을 방패라며 챙겼습니다. 바다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성능 좋은 LED 손전등과 증거 채집용 비닐봉지, 그리고 혹시 모를 장기전에 대비해 맹맹이가 가장 좋아하는 소시지를 챙겼습니다. 소파 위에서 혓바닥을 내밀고 멍하니 자고 있던 맹맹이는 이름처럼 맹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크게 켜더니, 주인을 따라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밤이 깊어 어둠이 짙게 깔리자 세 탐정은 덕배 아저씨네 뒷마당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아빠탐정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검은색 보자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빨래 건조대 사이에 몸을 숨겼습니다.
“자, 바다야. 탐정은 주변 환경과 완벽히 하나가 되어야 하지. 나는 지금 저기 있는 거대한 바위다. 바위….” 하지만 아빠탐정이 숨은 곳은 바위가 아니라 빨래 건조대 아래였고, 덕분에 아빠는 바람에 흔들리는 젖은 이불 속에 파묻혀 낑낑대며 허우적거려야 했습니다.
“아이고, 이 이불은 왜 이렇게 무거워! 범인이 나를 압박 수사하고 있나 보다!” 아빠가 소란을 피우는 동안에도 바다는 숨을 죽이고 마당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당 구석, 이끼가 잔뜩 낀 오래된 우물 근처 바위틈에서 갑자기 번쩍! 하고 파란 불빛이 솟아올랐습니다. 그 불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허공을 둥둥 떠다니며 기묘한 곡선을 그렸습니다.
“으악! 진짜 도깨비불이다! 외계인이 나를 납치하러 UFO를 보냈어!” 아빠탐정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바다야, 나를 구해줘! 나를 안드로메다로 데려가려고 해!” 바다는 겁먹은 아빠를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손전등을 켰습니다. 강한 빛이 비치자 신비로운 푸른 불빛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습니다. 바다는 불빛이 나타났던 바위틈으로 다가가 땅바닥을 세밀하게 조사했습니다. 그곳에는 불꽃의 흔적은 없었지만, 끈적끈적한 액체가 묻어 있었고 아주 은은하고 달콤한 냄새가 났습니다.
“아빠, 진짜 불꽃이라면 주변 풀이 타거나 그을린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여긴 오히려 축축해요. 그리고 이 냄새… 아주 익숙하면서도 기묘한데요?” 맹맹이는 맹한 표정을 싹 지우고 코를 땅에 붙인 채 담장 너머 숲길로 쏜살같이 달려갔습니다. 평소엔 굼뜨던 맹맹이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잡았을 때뿐이었죠. “아빠! 맹맹이가 범인의 냄새를 찾았어요! 오징어 냄새를 따라가고 있어요!” 바다의 외침에 아빠탐정은 엉킨 이불을 발로 차내며 냄비 뚜껑을 치켜들었습니다. “오징어라고? 역시 우주선의 주 연료는 고단백 오징어 액체였군! 내 외계인 가설이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어!” 맹맹이는 숲속 깊은 곳, 평소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낡은 나무집 앞에 멈춰 섰습니다. 나무집 창문 틈으로는 아까 마당에서 보았던 푸른 불빛들이 수십 개나 새어 나오며 일렁이고 있었고, 안에서는 “사각사각, 슥슥” 하고 무언가를 갉아먹거나 문지르는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빠탐정은 냄비 뚜껑 방패를 앞세우며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정체를 밝혀라, 외계 도깨비야! 이 아빠탐정의 방패 맛을 보여주마!” 하지만 방 안에서 나타난 것은 뿔 달린 도깨비도, 눈이 커다란 외계인도 아니었습니다. 그곳에는 동네 개구쟁이 ‘두식’이가 수많은 반딧불이를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아 놓고, 바닥을 기어 다니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다. 맹맹이가 맡았던 진한 오징어 냄새는 두식이가 반딧불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주머니 가득 넣어두었던 마른 오징어 다리 조각들에서 나는 것이었습니다.
“탐정님… 도깨비가 아니에요. 제가 그랬어요.”
두식이는 잔뜩 겁에 질려 울먹이며 고백했습니다. 실은 두식이가 어제 엄마의 소중한 결혼반지를 몰래 끼고 놀다가 마당 풀숲에서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엄마에게 혼날까 봐 너무나 무서웠던 두식이는 밤마다 반딧불이를 모아 그 빛으로 마당을 뒤졌던 것이죠.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반딧불이 무리가 밤마다 춤추는 도깨비불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두식이는 며칠째 잠도 못 자고 반딧불이 통을 들고 마당을 누볐지만, 반지의 행방은 묘연했습니다. 아빠탐정은 긴장을 풀고 냄비 뚜껑을 내려놓은 뒤, 두식이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두식아, 엄마의 반지도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이지만, 네 마음속의 ‘정직’은 그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나는 보물이란다. 잘못을 숨기려고 밤마다 반딧불이를 쫓아다니면 네 마음속엔 죄책감이라는 더 무서운 도깨비가 자라나게 돼.” 아빠탐정은 맹맹이에게 신뢰이용 가능한 눈짓을 보냈습니다.
“자, 맹맹아. 이제 네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다! 보물을 찾아라!” 사실 맹맹이는 아까부터 방 안이 아니라, 두식이가 들어오기 전 밟고 지나온 마당 쪽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습니다. 맹맹이는 마당 구석, 아주 깊고 좁은 바위 틈새로 들어가 머리를 쑥 집어넣더니 무언가를 입에 물고 나왔습니다. 맹맹이가 바닥에 툭 떨어뜨린 것은 바로 은색으로 반짝이는 엄마의 결혼반지였습니다! 맹맹이의 뛰어난 후각이 반지의 묻어있는 두식이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식이는 반지를 소중히 챙겨 엄마에게 달려가 사실대로 고백했고, 엄마는 정직하게 말해준 두식이를 혼내는 꼭 안아주었습니다. 사무소로 돌아오는 길, 아빠탐정은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의기양양하게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허허, 역시 이 아빠탐정의 야간 특수 수사가 빛을 발했지? 반딧불이의 생태와 범인의 심리를 꿰뚫어 본 게 바로 나란 말이야!” 바다는 웃으며 맹맹이의 복슬복슬한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네, 아빠. 그리고 맹맹이의 ‘오징어 탐지 레이더’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아직도 외계인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예요.” 맹맹이는 바다의 품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맹한 표정으로 하품을 크게 했습니다. 하지만 맹맹이의 코는 벌써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는 트럭에서 풍기는 고소한 전기구이 통닭 냄새를 향해 움찔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빠탐정 사무소의 밤은 그렇게 정직의 향기와 평화로운 웃음으로 밝게 빛나며 저물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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