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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음 2314. 「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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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6-05-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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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에 관한 시 차례 심부름 / 박성우 심부름 / 최종천 심부름 / 장경린 그리운 심부름 / 김왕노 심부름센터 / 류인서 ​ 먼 데 어머니 심부름을 갔다 오듯 / 이상국 조선대 뒷산을 넘어 할머니에게 어머니 심부름을 다녔다 / 황학주

심부름 / 박성우 누나는 고 삼이다 반에서 일이 등 하는 고 삼이다 그런 누나가 뜬금없이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해서, 뒤에서 오등 정도 하는 내가 밤늦게 만두 심부름을 갔다 너무 늦어서 이 골목 저 골목 문닫지 않은 만두 집을 찾아 헤매다가 큰 사거리 근처까지 나가서 겨우 샀다 만두가 식을까 봐 뛰어서 집으로 갔다 심부름 가서 딴짓하다 늦게 왔다고 엄마한테 잔소리를 잔뜩 들었다 난 뒤에서 오 등이니까, 말대꾸할 힘도 없어서 그냥 잤다 - 박성우,『난 빨강』(창비,
2010) 심부름 / 최종천 튀밥을 튀는 주위에 모여 앉은 아이들 눈을 쥐구멍처럼 열어 놓고 튀밥이 튀기를 기다리고 있다 많이 먹으면 설사한다고 닭 쫓듯 해보지만 소용없다 ㅡ 너희들 중에 엄마 심부름 가는 사람 없어? 한마디에 녀석들은 총성을 들은 새떼처럼 달아난다 무엇이 되겠다는 意志의 慣性으로 나는 한 알의 탄환과도 같이 시방 누구의 심부름을 가고 있는 것이냐! - 최종천,『눈물은 푸르다』(시와시학사,
2002) 심부름 / 장경린 그의 재즈 악단이 한창 잘나갈 때 (풋내기 루이 암스트롱도 끼어 있었다) 연주자들조차 그가 노인인 줄 알았다 불혹도 못 된 나이에 음악에 빠져 생명을 가불해 쓴 탓이었다 그의 음악에 불기운이 서려 있던 탓일까 링컨 가든 공연은 화재로 취소되고 오랜 방황 끝에 간신이 얻은 일자리도 연주 중 불이 나 잃고 말았다 말년에는 이빨이 흔들려 나서지도 못하고 말년은 계속되었다 사바나 뒷골목 당구장 심부름꾼이 되었다가 빈털터리로 추위에 떨며 죽었다 당년 52세 그 후에도 킹 올리버의 말년은 계속되었다 삼청동 카페 재즈 스토리에서 도산서원 가는 길에서 내가 두드리고 있는 컴퓨터 키보드 위에서 *킹 올리버(1881~
1938): 미국의 음악가, 작곡가(옮기면서) - 장경린,『토종닭 연구소』(문학과지성사,
2005) 그리운 심부름 / 김왕노 나는 아버지가 잔에 따르는 쪼르르 소리가 좋아 아버지 술심부름 여우가 운다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도 좋았다. 달리면 넘쳐 쏟아질 것 같고 넘치지 않게 하려면 느리게 걷고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뻐꾸기 울음 그치고 산 그림자 짙어져도 아버지 심부름하니 무섭지 않았고 아버지가 심부름 값으로 주는 용돈을 조금만 더 모으면 어머니 생일날 선물할 것 같다는 늦게 쓰는 일기장 속으로 앵두꽃이 하나둘 똑똑 지고 있었다. 오늘은 왠지 아버지 술 취해 부르던 아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 라는 그 노래 더럽게도 듣고 싶다. - 김왕노,『복사꽃 아래로 천년』(천년의시작,
2019) 심부름센터 / 류인서 ㅡ비둘기명함 삐라 오늘도 나를 뿌린다 광장 육교에 뿌리고 오피스 빌딩 복도에 뿌린다 미분양의 우편함 속에 몰래 뿌린다 아내들의 지갑에도 부적 꽂혔을 터, 즐겨 사용하시라 나를 악담과 농담 사이에 끼워두고 비와 음악 사이에 끼워둔다 마네킹양 가터벨트 검은 레이스에 끼워둔다 방음이 잘된 이 도시 소음 속에 서둘러 끼워둔다 눈 오는 공중화장실 얼룩 밑에 끼워둔다 녹아내린 오후의 나무 그늘에 끼워두고 막간의 그림자극에도 보란 듯 끼워둔다 집시 노래를 부르는 접시 바닥에 끼워둔다 쉰 개의 전번과 마흔아홉 개 선글라스로 악천 악후 사이를 흘러 다니는 나의 사업은 자루 가득 지루한 캐릭터의 피규어를 배달하는 일과는 달라서, 희망상영관의 원격 조정 리모컨을 훔쳐 내는 일과는 달라서, 책궤마다 빼곡한 방풍 방부의 약병을 정돈하는 일과는 달라서, 방문마다 내걸린 수렴청정의 주렴을 바꿔 다는 일과는 달라서, 승승장구 미래 보급용 나의 사업은 - 류인서,『신호대기』(문학과지성사,
2013) 먼 데 어머니 심부름을 갔다 오듯 / 이상국 어느해 봄 그것도 단 한번 신을 짝짝이로 신고 외출을 한 다음부터 나는 갑자기 늙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햇살 좋던 봄날 아침의 아무것도 아닌 실수였는데 그 일로 식구들은 나의 어딘가에서 나사가 하나 빠져나갔다고 보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장에 나가는 염소처럼 뻗디디며 한동안 혼자 뿔질을 해대던 나는 어느 날 마당에 나뭇짐을 벗어놓듯 먼 데 어머니 심부름을 갔다 오듯 그 속으로 들어갔다 - 이상국, 『뿔을 적시며』(창비,
2012) 조선대 뒷산을 넘어 할머니에게 어머니 심부름을 다녔다 / 황학주 뒤뚱거리는 장롱 쪽으로는 무엇을 안고 마음을 붙일 수가 없었으리라 그래도 끌어안으면 방 안이 환해지는 수밖에 없었으리라 밥물이 흘러내린 생의 그런 모퉁이 훌쩍 건너오는 엄마아, 이제 생각이 난다 쇠주전자에 달싹달싹 어둠이 끓는 동안 흐느낌이 늘 조금은 얼굴을 넘쳤던 게 사실이다 보아하니 엉덩이만 두고 몸을 돌리는 달처럼 둥글게 몸을 다 숙이는 섬 똑같은 상처다 혼자인 마음에게 편지 심부르름을 가던 날짜도 같다 문을 열자 제일(祭日) 아침이었다 어느덧 눈이 내리고 쌓이는 뒷문 밖으로 아는 여자들이 모여 있었다 - 황학주,『저녁의 연인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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