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탐정 인물관계도로 읽은 고바야시 야스미 연작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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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한 발짝도 나서지 않는 ." 이 한 줄만 듣고 책을 집었어요.
탐정이라고 하면 보통 현장 뛰어다니고, 발자국 재고, 담뱃재 분석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냥 앉아 있어요. 계속. 의뢰인이 와서 떠드는 걸 듣기만 하고 사건을 끝내버립니다. 처음엔 무슨 컨셉인가 싶었는데 두 번째 이야기쯤 가니까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안락의자 탐정, 그것도 좀 이상한 다만 미리 말씀드리면 따뜻한 힐링 미스터리는 절대 아닙니다 웃긴데 웃고 나서 좀 서늘해지는 쪽이에요.
의뢰인들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에요
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정말 압권이거든요. 자기를 따라다니는 스토커가 있다고 호소하는 인기 아이돌, 누군가 자기한테 몰래 살찌는 약을 먹이고 있다고 확신하는 다이어트 마니아 여성. 딱 봐도 망상 같은데, 선생은 그 진술을 그대로 재료 삼아 추리를 시작해요.
그러니까 이 소설의 재미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진술 위에 논리를 쌓아 올리는 진행 방법 에 있어요. 논리는 완벽한데 전제가 미쳐 있으니 결과가 이상해지는 거죠. 등장인물과 관계 정리 인물 수 자체는 많지 않은데, 에피소드마다 의뢰인이 새로 들어오다 보니 중간에 한 번 정리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관계도를 띄워놓고 읽었어요.
안락탐정 인물관계도 (출처: 책도감) 중심은 선생 이에요.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인데 고유한 이름이 없어요. 끝까지 그냥 '선생'입니다. 이름이 없다는 것부터가 이미 이 작품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 옆에 화자인 '나' 가 있고요. 사무소에서 사건을 기록하고 의뢰 진행을 돕는 조수예요. 위치로 보면 딱 왓슨인데, 왓슨보다 훨씬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에요. 선생 옆에서 그 모든 걸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역할이니까요. 그리고 의뢰인들. 선생에게는 사실상 해부 대상이고, 조수에게는 접수하고 응대해야 하는 손님이에요. 같은 사람을 두 인물이 완전히 다르게 대하는 게 재밌었어요.
마지막 축이 모리아티 예요. 연작의 마지막 화 제목이 「모리아티」거든요. 홈즈에게 모리아티가 있듯, 이라면 으레 숙적이 있어야 한다는 그 공식을 이 작가가 어떻게 처리할지 — 여기서부터는 말을 아낄게요.
선생은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 의뢰인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해결한다. 안락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읽고 나서 남은 것 저는 미스터리를 읽을 때 '범인 맞히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게 안 통해요. 애초에 규칙이 다른 게임이더라고요. 다 읽고 나서 탐정이란 존재가 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오래 남았어요.
듣기만 하고 판단한다는 건, 뒤집어 보면 확인하지 않는다는 뜻 이잖아요. 요즘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
안락의자 탐정이라는 장르의 관습을 검은 유머로 비트는 연작 미스터리다. 안락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고전 탐정소설을 좀 읽어본 분들께 특히 추천드려요. 홈즈와 왓슨의 구도를 알고 보면 웃음 포인트가 두 배쯤 됩니다. 반대로 정통 본격 추리의 깔끔한 해결을 기대하신다면 조금 당황하실 수도 있어요.
인물 관계랑 각 에피소드 구도를 클릭해가며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관계도는 여기서 볼 수 있어요. 읽기 전에 한 번, 다 읽고 한 번 보시면 느낌이 또 달라요.
여러분은 앉은 자리에서 이야기만 듣고 내리는 판단, 어디까지 믿으시나요? 혹시 이 책 이미 읽으신 분 계시면 마지막 화 어떻게 보셨는지 댓글로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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